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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7. ECB GC 통화정책 전망

22.10.27. ECB GC 통화정책 전망

1. ECB 정책 금리: 75bp 인상

이번 10월 ECB GC에서 유럽 중앙은행은 다시 한 번 75bp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ECB 정책 관계자들의 발언을 살펴 보면 금리가 2%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조금 빠르게 가져가는 것에 대한 이견은 없다고 판단한다.

우선 ECB의 단일 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을 고려할 때, 현재 9.9%에 달하는 유로존 HICP는 변명의 여지 없이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대응을 필요로 한다.

에너지 가격 및 식품 가격 상승이라는 공급 충격이 대부분의 물가 압력을 설명한다고 해도, 기대 인플레이션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해서 계속 정책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을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너무 늦게 시작한지라 75bp 다시 한 번 간 후에, 12월에 50bp으로 속도를 낮춰서 우선 2% 정책 금리에 도달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시장의 예상도 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고 판단.

따라서 ECB GC 내부에서 중립 금리가 2% 수준이라는 큰 합의는 존재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최종 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가 적합한가인데, 이에 대해서는 아마 Lagarde 총재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 유동성 축소: TLTRO 조건 변경을 통한 시중 유동성 회수 시도

오히려 이번 정책발표에서 시장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시중에 풀린 초과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TLTRO 조건을 어떻게 바꾸느냐이다. 현재 유로존에는 ECB가 과거에 공급한 초과 유동성이 상당히 크게 불어나 있는데, 이러한 지나친 유동성이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 통화 정책의 실물 경제로의 전달을 저해할 수 있다. (undermining the transmission of monetary tightening to the economy) 아래 그림처럼 이는 대부분이 QE와 TLTRO로 공급한 유동성이다.

이에 대해서 ECB가 TLTRO 조건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시장에는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형태를 예측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큰 의미는 없다고 판단한다.

핵심은 ECB는 현재 과거의 마이너스 금리 시절 지나치게 풀린 값싼 유동성을 시중 은행들이 ECB에 예치해서 무위험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을 바로 잡고 싶은 것. 이는 유로존 은행들에게 일종의 커다란 혜택을 주는 것이기도 하기에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많은 상황이다. 이게 다 급격히 정책 금리가 오르다보니, 과거에 은행들을 돕기 위해 싸게 빌려 준 돈이 문제가 되는 것.

따라서 은행들로 하여금 ECB로부터 값싼 이자로 빌린 유동성 (TLTRO loans) 조기 상환할 유인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것은 바로 더 이상 이 TLTRO 자금을 ECB deposit rate 수준의 금리를 누릴 수 없게 조정을 시도할 것이다.

근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이 TLTRO 유동성이 이태리와 같은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이 낮은 국가의 은행들에 더 많이 제공되었다는 것. (아래 차트) 이는 어쩌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한데, 경제 상황이 나쁜 은행들이 시장에서 정상적인 자금 조달을 싼 이자로 할 수 없으니 ECB의 보조 정책에 더 크게 의존한 것이다. 따라서 이 TLTRO 유동성을 지나치게 축소 유인할 경우, 이태리와 같은 취약 국가들의 시중 은행들이 더 큰 타격을 받아 유로존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증가시킬 위험이 존재한다.

둘째는, 시중 은행들이 저금리로 빌린 TLTRO 유동성을 ECB 예치금 계좌에서 빼낸 후, 시중에서 단기 자금 운용에 나설 경우, 단기 국채 및 money market 금리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ECB의 정책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 정책 목표 달성과는 정반대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이 경우 유로 단기 bill 시장 및 국채 시장에서 collateral squeeze가 나오면서 시장 왜곡이 심해질 수 있다.

결국 ECB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완만하게 유동성을 축소하기 위한 미세조정 정책 발표를 통해 TLTRO 유동성 흡수를 모색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로존의 핵심국가와 주변국 사이의 '유동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종의 미세한 신용 경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고통이 전혀 없는 유동성 축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 이 고통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늘 금융권에서는 ECB에게 유동성 축소에 따른 시장 왜곡 방지 대책을 호소하는 공식 성명을 내기도 했다.

ICMA writes to ECB raising concerns about Eurozone repo and money market conditions » ICMA

요약해서 미국 FED와 같은 O/N RRP, 스위스 SNB와 같은 T-bill 발행, 또는 은행들로 하여금 Leverage ratio에 대한 면제 등을 통해, 시중의 collateral scarcity를 줄여달라는 호소... 이는 반대로 말하면 여전히 시장에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고, 그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리고 그 여유자금은 위험을 극도로 회피하면서 초안전 단기 위주로만 돌고 있다. 시중에 돈은 많지만, 정작 돈이 필요로 하는 곳에는 돈이 돌지 않고 모두가 단기 안전 자산만을 쫓고 있는 상황.

뭔가 정상이 아니다.


3. QT: 2023년 4월 시작 예상, 아직은 논의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QT에 관한 어느 정도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느냐이다. ECB Lagarde 총재는 지난 번 회의에서 통화 정책의 순서를 언급했다. 즉, 먼저 정책 금리를 중립 수준 (2%)까지 올린 후에 QT를 진행한다는 이야기.

아래 차트에서 보듯 현재 ECB deposit rate이 0.75%이고 이번에 75bp 인상, 그리고 12월에 50bp 인상을 할 경우 2% 중립 금리에 다다르게 된다. 따라서 12월 또는 그 이후에 2023년 4월 정도를 시작으로 할 QT 개시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 이번 회의에서는 '논의중이다', '우선은 중립 금리까지 금리 인상을 끝낸 이후에 고려한다.' 수준의 원론적 이야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4. 시장 전망

이번 주 10/24일에 유럽 10월 PMI가 매우 약하게 나오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유로존 전반 금리는 20bp에서 30bp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서비스, 제조업 모두 50 이하로 하락하는 추세가 가속화.

따라서 이 수준부터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보다 연말까지 일종의 range trading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ECB 회의에서의 TLTRO 관련 조건 변경을 통한 시장 유동성 회수가 단기 금리를 중심으로 이번 주의 하락을 되돌릴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최종 금리는 3% 수준 가능성을 경우의 수의 중간값으로 본다. 하지만 추후 경제지표 및 에너지 위기에 따라 2.5%에서 3.5%의 범위를 염두에 둘 생각이다. 현재 유럽은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에너지 가격이 많이 하락하면서 조금 위기감이 줄어든 상황. 하지만 겨울로 가면서 다시 에너지 가격 상승 위험이 있고,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최종 금리가 3%보다 높게 올라갈 가능성이 적어도 50%는 된다고 판단한다. 이는 시장의 consensus보다는 더 hawkish한 의견이다.

따라서 여전히 단기 금리 중심으로는 하락 국면에서 sell the rally가 낫다고 믿는다. 또한 curve도 flattener 중심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EUR FX의 경우, 최근 영국 및 이태리 정치 위기가 많이 잠잠해진 데다가, 미국 FED의 pivot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이제 다시 EURUSD가 parity를 회복하는 수준까지 되돌아왔다. 이 정도 가격대라면 유로존 및 에너지 위기에 대한 낙관론이 상당히 반영된 가격이라고 본다.

런투노는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FED pivot에 대한 기대 및 FED의 금리 인상을 중단하라는 정치적 압력이 결국 장기적으로 더 큰 물가 압력과 더 높은 최종 금리를 필요로 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최소한 올 연말까지는 USD에 대해서는 buy the dip이 낫다고 생각한다.